집값 정상화론 허위성과 주택매매시기 적합성
작년 총 경매 건수는 무려 10만 5천 건이었습니다. 2022년에 비해 61% 증가한 물량으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경매 물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처럼 여전히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경매 물량은 5천 건으로 1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분명 작년도 경매가 급증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년에 경매 기록을 30%나 넘어서는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제는 금융위기와 비견될 정도의 증가 폭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제는 주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며 경매 투자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부동산이 아무리 하락해도 2019년 이전 가격은 절대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매물이 경매로 나오는 2024년을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집이 팔리지 않으니 경매를 참여해서라도 집을 사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합니다. 경매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포함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집값이 떨어지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집값 정상화론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말과 달리 버블 붕괴기에는 집값이 하락하면 오히려 수요가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집값 정상화론은 경제 충격이 없는 시장에서만 가능합니다. 쉽게 지금 전문가들이 반등 시점으로 감정가와 낙찰가의 갭이 줄어드는 시기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매매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경매 시장의 메리트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입니다. 그런데 매매가와 경매가가 비슷해지면 당연히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경매 시장보다는 손쉽게 매매를 할 수 있는 매매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매 시장으로 유입되었던 수요나 가격이 낮아지기를 기다렸던 매매 수요가 집값이 적정 가격으로 하락하면 대거 매매 수요로 발생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경제 위기가 와도 매매 수요가 온전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그들은 하락기에는 수요가 매매 시장에서 경매 시장으로 움직이고 상승기에는 수요가 경매 시장에서 매매 시장으로 옮겨가기에 수요는 이동하는 것이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래서 가격 메리트만 지금보다 높게 발생한다면 수요가 매매 시장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집값이 적정 가격 수준에서 다시 정상화될 거라 주장하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의 부정적 가격효과 발표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한국은행에서는 가격 하락이 발생하면 더욱더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보고서를 읽어보겠습니다. 자산 가격이 담보 설정액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채무 상환을 위해 가계는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부정적 가격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외 충격 등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크게 감소할 시 주택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주택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가게는 실물 자산의 보유 비중이 높은 데다 과도한 차입 등으로 고위험 가구의 비중 역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조정 시 갭투자자, 다주택자 등이 해당 주택들의 매각에 나설 경우 주택 가격 조정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경제 충격이 없는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말하는 부정적 가격 효과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더라도 그저 일시적 공급 과잉으로 가격 조정이 일어날 뿐이지 수요가 뒷받침되기에 구조적으로 계속해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도 말하듯이 문제는 실질 소득 증감에 민감한 고위험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한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한국은 실물 보유 비중이 높고 연골 비중 또한 높기 때문에 이들이 매매에 나설 경우 주택 가격은 단순한 하락으로 끝나지가 않습니다.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무려 14년간 부동산 침체기를 경험했던 이유는 버블 붕괴 당시 부실채권 규모만 100조 엔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한국처럼 대부분의 일본 국민이 버블에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보통 은행의 담보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수요를 아득히 뛰어넘는 공급이 쏟아져 나오면 당연히 담보가치가 유지되지 못합니다. 당시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일본의 버블은 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 엄청난 물량들이 시장에 등장하니 처참할 정도로 일본 부동산은 붕괴되었습니다. 더욱이 버블 붕괴기에는 자산 가격이 하락하며 은행의 자본 잠식 우려가 팽배해지기에 금융기관들은 대출 억제 정책과 더불어 대출 회수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대출에 대한 디레버리징 또한 본격화됩니다. 한마디로 공급은 넘쳐날 수밖에 없지만 대출 감소로 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은행이 말하는 부정적 가격 효과가 일본 버블 붕괴 당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기축 국가였던 일본도 무려 14년간 부동산 침체기를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지금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의 주택 소유자는 총 530만 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끌해서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만 무려 448만 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지금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66.8%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보다 가격이 30% 집값이 하락하면 대부분의 아파트가 깡통 전세로 변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집주인이나 은행뿐만 아니라 전세자들까지 자본 잠식 우려가 뚜렷하기 때문에 담보가치가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에서도 부정적 가격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은이 보고서를 공개한 겁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욕심은 여러분의 판단을 흐립니다. 지금 정부의 금리 방어로 채권금리가 3퍼센트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글들은 이런 낮은 금리마저도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으로 저금리로 대환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지고 있지만 경매 물건은 10만 건에 육박한 지 오래입니다. 거기다가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마저 줄줄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서울 또한 지방처럼 감정가와 낙찰가의 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서울의 낙찰가율은 77.1%로 8개월 만에 80%대에서 70%대로 하락했습니다. 결국 본격적인 버블 붕괴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금리정책과 부동산투자의 불합리성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경매든 저점 투자를 노리든 과연 부동산 투자가 합리적 판단일 수가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기축 국가가 아닙니다. 버블 붕괴가 발생하고 금융위기가 일어났음에도 일본의 엔화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과연 원화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십니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많지 않았음에도 환율은 1500원 후반대까지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리고 2022년 금리가 오르는 당시에도 환율은 1400원까지 치솟아 올라버렸습니다. 환율이 치솟으면 저금리 정책을 실행하지 못합니다. 달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높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환율이 1300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집값이 담보가치 아래로 하락하는 금융위기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이 지금도 3%대 금리도 버티지 못하는데 고환율과 고금리인 상황에서 집값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이미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10주째 하락 행진 중이며, 설상가상으로 미분양 주택은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석 달 연속 1만 가구를 넘어서며 부동산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버블 붕괴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은 이미 부실화된 지 오래입니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뒤 회수하지 못한 채권 잔액만 4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고작 이 정도의 하락폭만으로도 부실채권이 4조나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보다 집값이 더 하락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 것 같습니까? 과연 전문가들의 말처럼 집값만 하락하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듯이 집값 정상화는 안타깝지만 힘듭니다. 집값이 하락했는데도 경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전세금을 포함한 부채만 3천 조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시장이 위험할 때는 그저 관망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단입니다. 부디 현실을 직시하시고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지키실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